해가 뜨기 전 강가를 걷는 일은 언제나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어둠은 아직 세상의 윤곽을 삼키고 있고, 세상의 모든 소리는 물에 스며들어 있다. 강은 흐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는 듯, 그저 물의 길을 따라 조용히. 나는 그 흐름 앞에 나를 앉혔다. 낚싯대 하나를 펴고, 찌 하나를 띄우고, 그 위에 나의 하루를 얹었다. 무엇을 낚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는지 나는 명확히 말하지 못한다. 그저 이 고요함 속에서 나를 오래 머물게 하는 어떤 끌림이 있어, 나는 다시 이 강가를 찾았다. 바람은 물결을 따라 부드럽게 지나가고, 나는 그 바람에 이끌려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 그것은 어느 봄날의 아침이었고, 누군가의 이름이었고, 말하지 못했던 내 마음 한 조각이었다. 강물은 그 모든 것들을 들어주는 듯했다. 말없이, 다만 흘러가는 방식으로, 그 모든 것들을 데려가는 듯했다.
나는 낚시를 하며 많은 것들과 대화를 나눈다. 나무와 바람, 갈대와 하늘,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과.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항상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어제와 오늘, 계절과 계절 사이,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물은 스스로를 바꾸며 존재한다. 그 흐름 속에 내가 말을 건네면, 물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응답임을 안다. 말 없는 응시, 소리 없는 대화, 그것이 내가 이 강가에 오는 이유다. 찌가 조용히 떨리고, 그 떨림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흔들림을 느낀다. 아, 나는 아직도 이렇게 흔들리는구나. 나는 아직도 어떤 것들을 잊지 못하고 살아 있구나. 그런 나를 강물은 꾸짖지도, 다독이지도 않고, 다만 받아들인다. 물의 방식으로, 흐르는 방식으로, 그저 흘려보낸다.
이른 새벽의 빛이 수면 위로 내릴 때, 강물은 다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둠을 머금은 물빛은 한층 더 깊어 보이고, 나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찌는 잠잠하고, 낚싯줄은 여전히 침묵을 고수한다. 나는 그 침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기다림은 낚시의 본질이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단지 물고기를 낚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조용히, 천천히, 나의 언어들이 물속에 닿기를 기다리는 시간. 언젠가는 그 언어가 물속의 무언가와 맞닿아 작은 떨림이 되리라는 믿음. 그 믿음 하나로 나는 이곳에 있다. 강물은 아무 말이 없지만, 나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용서와 그리움과 후회에 대한 이야기. 그 모든 말들이 물속에서 천천히 풀어지기를, 강물의 길을 따라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가만히 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으면, 내 안의 소음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도시의 소리, 인간관계의 소란, 삶의 무게들이 조용히 물속으로 잠긴다. 그러면 나의 진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주 작고 미약한, 그러나 단단한 내면의 소리. 나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찌가 살짝 떨린다. 물고기일까. 아니, 어쩌면 내 마음일지도. 기다림이란 결국 마음의 파문을 관찰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물고기가 오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이 강물과 나누었으니까. 강물은 나의 말을 다 기억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 흐름 속에 내 말들이 흘러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위로를 받는다. 말이 사라지는 곳, 언어가 풀어지는 곳, 침묵이 가장 많은 대화를 담는 그곳. 나는 그곳에 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점점 높이 오른다. 강물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나는 그 부서짐을 바라본다. 세상은 여전히 말이 많고, 그 안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말에 지쳐간다. 그러나 이 강가에서는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물소리와 바람, 새의 날갯짓과 나뭇가지 흔들림, 그리고 낚시꾼의 조용한 숨소리.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깊어진다. 나는 찌를 걷고, 낚싯대를 접는다. 강물에게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비록 아무것도 낚지 못했지만, 나는 내 안의 무언가를 풀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사람은 결국 자신과의 대화를 멈출 수 없는 존재다. 그 대화를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나누느냐가 삶의 온도를 결정짓는다. 나는 이 강가에서, 강물과, 그리고 나 자신과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 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조금 달라졌다. 무언가를 털어놓은 마음은 이전보다 가벼웠고, 물가를 떠나는 발걸음엔 어제와는 다른 평온이 스며 있었다. 나는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말을 걸 것이다. 흐름은 멈추지 않기에, 대화도 끝나지 않는다. 낚시는 그렇게, 나와 세계 사이의 다리가 되고,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말이 되어준다. 오늘의 대화가 내일의 고요로 이어질 것을 믿으며, 나는 다시 물을 등지고 걸었다. 그렇게 강물은 다시 나를 데려갔다. 내가 한 말들을, 내가 하지 못한 말들까지도 다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