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강둑에서, 물빛에 잠긴 옛사랑을 보다
강둑을 따라 걸었다. 낚싯대 하나 메고, 어깨엔 낡은 배낭을 걸친 채, 이른 아침의 안개가 바람에 흩어지는 틈을 타 강가로 향했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강물은 그보다 더 무심한 색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낚시가 목적이었지만, 정작 낚이고 싶은 건 나였는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물가에 앉아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었다. 마음속에 쌓인 사연들은 꼭 물속의 돌처럼 무겁고 깊게 가라앉았고, 나는 그것들을 더 이상 끌어올릴 필요도 없고, 끌어올릴 힘도 없다는 듯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늦가을은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휘게 만든다. 잎이 지고, 바람이 불고, 들풀마저 기울어진 채 고개를 숙이면, 사람도 조용히 자신을 숙이게 된다. 나는 그 강가에 앉아, 옛사랑 하나를 떠올렸다. 이따금 그 사람을 ..
2025. 12. 6.
저녁 노을에 잠긴 붕어 한 마리의 기억
저녁 노을은 언제나 슬프게 아름답다. 그 빛이 물 위에 닿을 때마다, 나는 마치 잊고 있던 감정을 불쑥 마주하게 된다. 붉은 빛이 강을 덮고, 그 속에서 찌 하나가 부서진 햇살처럼 떠 있을 때, 나는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며 묵묵히 기다리는 법을 다시 배운다. 저녁 낚시는 조용하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시간, 사람들은 집으로 향하고, 바람은 낮보다 느릿해지고, 새들의 울음도 무뎌지는 그때, 낚시꾼만이 홀로 강가에 남는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 황혼의 강가에서, 나는 오래전 기억처럼 떠오른 붕어 한 마리를 떠올린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고기지만, 그날의 장면은 마음 어딘가에 깊게 박혀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어린 시절의 잃어버린 친구처럼, 아주 멀리 있지만 결코 잊히지 않는 존재. 그날도 오늘처럼 저녁..
2025.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