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강둑에서, 물빛에 잠긴 옛사랑을 보다
강둑을 따라 걸었다. 낚싯대 하나 메고, 어깨엔 낡은 배낭을 걸친 채, 이른 아침의 안개가 바람에 흩어지는 틈을 타 강가로 향했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강물은 그보다 더 무심한 색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낚시가 목적이었지만, 정작 낚이고 싶은 건 나였는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물가에 앉아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었다. 마음속에 쌓인 사연들은 꼭 물속의 돌처럼 무겁고 깊게 가라앉았고, 나는 그것들을 더 이상 끌어올릴 필요도 없고, 끌어올릴 힘도 없다는 듯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늦가을은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휘게 만든다. 잎이 지고, 바람이 불고, 들풀마저 기울어진 채 고개를 숙이면, 사람도 조용히 자신을 숙이게 된다. 나는 그 강가에 앉아, 옛사랑 하나를 떠올렸다. 이따금 그 사람을 ..
2025.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