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의 계절별 회유 습성을 읽어야 고기와 만난다. 포인트 선정은 붕어 낚시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좋은 채비와 떡밥을 준비해도, 붕어가 없는 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붕어는 계절에 따라 서식지와 회유 경로가 뚜렷하게 바뀌기 때문에 계절별 포인트 선정 전략은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핵심 개념이다. 본 글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붕어의 행동 패턴과 이에 최적화된 포인트 선정 노하우를 낚시 전문가의 시선으로 정리한다.
1. 봄 – 얕은 수심, 따뜻한 물, 산란을 향한 본능
행동 패턴
봄은 붕어 낚시의 서막을 여는 계절이다. 겨울 동안 동면에 가까운 비활성 상태로 지내던 붕어는, 수온이 10℃를 넘기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3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가 일반적인 봄 낚시 시즌이며, 특히 4월은 산란기를 전후한 최고의 피크타임이다.
주요 포인트
- 햇볕이 잘 드는 남향의 얕은 수심 (0.5~1.5m)
- 갈대밭이나 부들, 수초가 있는 연안
- 수온이 먼저 오르는 내만, 수로, 평지형 저수지
- 도심권 소형지나 수초형 수로의 정지수역
봄철 붕어는 따뜻한 수온과 산란 적지를 찾아 연안으로 붙는다. 이때 얕은 수심에 머무는 시간이 길며, 수초와 구조물이 있는 곳에 모여든다. 붕어가 산란하기 직전엔 한두 마리씩 선회하며 포인트를 탐색하고, 산란이 시작되면 짝짓기 짓무리를 이루며 짧은 시간 고강도 입질이 나타난다.
전략
- 수온 상승 속도를 고려해 남향지를 우선 공략
- 산란 전후 시기에는 떡밥보다 지렁이 등 단백질 미끼가 효과적
- 수초 사이사이 정밀한 캐스팅이 중요
2. 여름 – 피딩 타임을 파고드는 고수의 시간
행동 패턴
여름은 붕어의 활성이 가장 높은 시기다. 수온이 20~28℃까지 올라가며 대다수 붕어가 먹이활동에 집중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수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수온 스트레스와 산소 부족으로 깊은 곳이나 산소가 풍부한 곳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주요 포인트
- 제방권 직하류의 수심 깊은 곳 (2~3m 이상)
- 수초대가 발달한 경계지점
- 유입수, 지류 합수지점, 수문 근처
- 그늘진 나무 밑, 교각 근처 등 직사광선 피할 수 있는 곳
여름은 포인트보다 시간대 선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하루 중 물이 가장 안정되는 새벽과 해질녘 피딩타임을 노려야 하며, 낮에는 그늘진 수심 깊은 곳을 공략하는 식으로 전략을 이원화해야 한다.
전략
- 수심 변화가 있는 곳과 산소가 풍부한 유입수 근처를 집중 공략
- 피딩 타임(새벽 4~7시, 오후 6~8시)에 얕은 수심, 낮엔 깊은 수심 공략
- 미끼는 강한 향과 집어력이 좋은 떡밥 계열 사용
3. 가을 – 먹이활동의 절정, 대물의 시즌
행동 패턴
가을은 붕어가 겨울나기를 위해 집중적인 먹이활동을 하는 시기다. 수온이 점차 내려가지만 아직 활동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조과면에서 1년 중 가장 안정적인 시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형 붕어의 출현률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요 포인트
- 수심 1.5~2.5m의 중수심대
- 갈대나 마름이 낙엽 지며 엷어진 수초 지대
- 수온 차가 적은 구조물 주변 (축대, 제방, 물골 등)
- 수심 변화가 있는 턱 구조, 브레이크라인 근처
수온이 점점 내려가는 만큼, 붕어도 서서히 깊은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가을은 얕은 수심에서 점차 깊은 수심으로의 포인트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 시즌이다.
전략
- 변화하는 수온에 따라 ‘계단식 수심’을 탐색
- 낮 시간에도 활성이 높기 때문에 장시간 공략 가능
- 대물을 노리는 경우, 마름 속 또는 턱진 구조물 앞을 정조준
4. 겨울 – 저활성기, 침묵 속의 기회
행동 패턴
겨울은 붕어의 극저활성 시기다. 수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대부분의 붕어는 활동을 중지하거나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그러나 기온이 약간 올라가는 날, 일시적인 피딩타임이 생기며 이때를 노리면 의외의 조과를 만날 수 있다.
주요 포인트
- 수심 2.5m 이상의 깊은 곳 (특히 해가 오래 드는 자리)
- 바닥이 부드러운 뻘 지형
- 온천수, 공업 배출수 등 유온이 높은 유입수 주변
- 물이 정체되어 있는 소형 저수지
겨울 붕어는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1시~3시 사이, 짧은 시간 입질을 한다. 따라서 한 자리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전략
- 햇볕이 드는 포인트 우선 배치
- 지렁이 또는 극소형 떡밥으로 미세 입질 대응
- 바닥층 공략에 집중하며, 찌맞춤은 초민감하게 조절
결론 – 계절을 읽는 자, 붕어를 낚는다
포인트 선정은 단순히 ‘어디가 좋아 보인다’는 감각의 영역이 아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붕어의 본능과 움직임을 근거로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다. 봄의 얕은 수초대, 여름의 유입수와 그늘진 깊은 곳, 가을의 중수심 턱 구조, 겨울의 깊은 바닥과 유온 포인트까지—이 모든 것이 '붕어와의 대화'다. 고수는 계절의 변화를 단순히 날씨로 느끼지 않는다. 물의 온도, 햇빛의 방향, 수초의 밀도, 물속 그림자의 변화까지 읽는다. 그러한 관찰력과 판단력만이 진정한 붕어 낚시의 차이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