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진다는 건, 어둠이 조금 더 깊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 비로소 잘 보이는 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내 마음일 것이다. 낚시터에 나서는 길은 늘 어둡고 고요했다. 도시의 소음이 닿지 않는 외진 저수지 언저리에서 나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텐트를 세우고, 자리를 고르고, 찌를 띄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날은 하늘이 유난히 투명했고, 별이 하나 둘 떠올라 물 위로 제 빛을 내렸다. 그 가운데, 어떤 별 하나가 길게 궤적을 그리며 하늘에서 떨어졌다. 찰나의 순간, 나는 그 별이 물 위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내가 앉은 낚시터 한가운데, 고요하고 어두운 그 수면 위에 떨어진 것처럼. 그 순간을 오래도록 눈에 담으며 나는 처음으로 소망을 빌었다. 붕어가 낚이기를 바라는 기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낚이지 않기를 바랐다. 이 고요한 순간이 깨지지 않기를. 마음속 깊은 그 무언가가 움직이지 않기를.
별은 떨어져야 비로소 소원이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떨어진 별은 더 이상 하늘에 있지 않기에,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이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라 했다. 나 역시 그날 그런 마음이 들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밤공기 속, 조용히 내려앉는 별빛에 나는 내 안의 고요를 들여다보았다. 긴 시간 붕어를 기다려온 마음도, 삶 속에서 늘 어떤 ‘조용한 대답’을 기다리던 마음도, 모두 그 순간 물 위에 겹쳐졌다. 낚싯대 끝을 타고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 찌의 흔들림,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 그 밤의 어둠은 단지 검은색이 아니라, 나를 감싸는 깊은 음성과도 같았다. 어떤 설명도, 위로도, 약속도 필요 없이. 그냥 그렇게 곁에 머무르는 감정.
낚시는 늘 고요 속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나는 그저 그 고요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되었다. 마치 어릴 적 듣던 자장가처럼, 어머니의 손길처럼, 혹은 어떤 이의 잊혀진 고백처럼. 물비늘 위로 부서지는 별빛 아래에서 나는 오래전 잃어버린 나의 시간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이름조차 희미해진 친구의 얼굴, 그리워도 다가설 수 없던 아버지의 침묵, 그리고 나조차 잊고 살았던 내 안의 꿈. 그 모든 것들이 낚시터의 밤공기처럼 내 곁에 스미고, 나는 그 조용한 풍경 속에서 잠시 무너졌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이 찌의 붉은 불빛처럼, 어둠 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별을 보고 소망을 빌고, 누군가는 찌를 보고 기적을 기대한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진짜 기적은 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조용히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라는 것을. 낚시터에 떨어진 그 별 하나는 어쩌면 나에게만 보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소중했다. 그것은 내게 말을 걸지 않았고, 설명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위로하지도 않았다. 그냥, 있었다.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위로했다. 낚시란 어쩌면, 그런 존재의 미학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하려 들지만, 물 위에서 낚싯대를 들고 있는 순간만큼은,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존재가 된다. 바람이 스친다는 이유만으로 바람이고, 물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물인 것처럼. 나는 그날,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었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낚시가 끝나지 않아도, 어둠이 걷히지 않아도 괜찮다고.
밤은 깊어졌고, 별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듯했다. 그러나 그 별 하나가 남긴 흔적은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아마 앞으로의 낚시터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그 별을 찾을 것이다. 떨어지기 전의 찬란함이 아니라, 떨어진 이후의 조용한 온기를. 찌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찌가 멈춰 있는 그 고요 속에서 나를 만나려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사랑을, 추억을, 슬픔을, 용서를 담은 내면의 강을 건너고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 강은 밤마다 낚시터 아래를 흐르고, 나는 그 강에 바늘을 드리운다. 혹여 거기에서 오래전 나와 마주할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낚시는 어쩌면 내 안의 별 하나를 건져 올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잡히지 않아도 좋다. 그 별이 아직 나의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다면, 나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앉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