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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배우는 인생 – 붕어낚시가 알려준 것들

by 남반장 2025. 4. 28.

처음 물가에 앉았던 것은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던 것 같다. 허름한 대나무 낚싯대를 들고, 낚시라기보다 장난 삼아 던졌던 그 시절. 그때는 낚시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다만 물가에 앉아 바람을 맞고, 햇살을 받으며, 찌가 출렁이는 걸 바라보는 게 좋았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나는 여전히 그 물가에 앉아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은 낚싯대가 더 튼튼해졌고, 장비가 더 많아졌으며, 무엇보다 내 마음이 깊어졌다는 것뿐이다. 붕어낚시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저 취미가 아니라, 하나의 인생 수업이었다. 조과에 연연하던 젊은 날의 조급함부터, 기다림의 미학을 알아가는 중년의 여유까지, 붕어낚시를 통해 나는 세상을, 그리고 나 자신을 배웠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기다림'이었다. 붕어는 쉽게 오지 않는다. 찌가 미동도 하지 않을 때, 숨죽이며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때 알았다. 인생에서도 좋은 일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성급히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면 오히려 멀어진다. 진짜 중요한 것은,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라는 것을.

붕어낚시-사진

 

붕어낚시를 하며 배운 또 하나는 '겸손'이다. 수십 년 낚시를 해도, 때로는 허탕을 치는 날이 있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쓰고, 완벽한 채비를 해도, 자연은 늘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앞에서 사람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붕어를 잡지 못한 날, 나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간과했는지.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조용히 장비를 접는다.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자만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성장의 시작이라는 것을 물가에서 배웠다. 물가에서 나는 '소소한 기쁨'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작은 붕어 한 마리를 걸었을 때, 그 손끝의 진동 하나에도 가슴이 벅찼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소소한 성취에도 기뻐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걸 알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낚지 못하다가, 해질 무렵 살짝 움직이는 찌를 보고 감탄하던 그 순간처럼, 인생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작은 기적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붕어낚시는 '순리'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수온이 차가워지면 붕어는 움직임을 줄이고, 산란철이 되면 본능적으로 얕은 수초대로 모인다.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상황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흐름을 읽고,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했다. 낚시터에서 배운 이 지혜는, 삶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나를 지켜주는 나침반이 되었다. 또한, 붕어낚시는 '욕심의 무서움'을 일깨워주었다. 처음에는 한 마리라도 더 잡고 싶어 무리했다. 좋은 포인트를 찾아 깊은 수초밭에 무리하게 진입하기도 했고, 과도하게 많은 미끼를 던져 물속을 흐트러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참담했다. 오히려 욕심을 부릴수록 붕어는 멀어졌다.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겼을 때 비로소 붕어는 다가왔다. 이 경험은 내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자연의 뜻에 맡기는 것. 그것이 진짜 지혜였다.

 

물가에서 나는 '조용한 행복'을 찾았다. 휴대폰을 꺼두고, 시계를 보지 않고, 오롯이 자연과 마주하는 시간. 새소리, 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속에 스며들며, 나는 진짜 나를 만났다. 바쁘게 살아가던 일상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고요한 행복. 그것이야말로, 붕어보다 더 값진 낚시의 선물이었다. 특히 붕어낚시는 '포기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아무런 입질이 없는 날에도, 자리를 옮기고, 채비를 조정하고, 미끼를 바꿔보며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리고 끝내, 한 마리의 붕어를 만났을 때 느끼는 환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삶도 그렇다. 실패가 계속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시도하는 것. 그것이 결국 성공으로 가는 길임을 낚시가 알려주었다. 이제는 낚시터에 앉아있으면, 붕어뿐만 아니라 내 인생 전체가 물속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겹쳐 보인다. 조급했던 시간들, 실패했던 순간들,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 했던 의지들. 모두 물 위에 비치고, 나는 조용히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인다. 그러고 나면, 붕어를 낚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렇게 물가에 앉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듬는 그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붕어낚시는 내게 삶을 조금 더 유연하게,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큰 성공만을 바라보지 않고,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게 해주었고, 빠른 결과만을 쫓지 않고, 느림 속에서 오는 깊이를 알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흐름이 있으며, 그 흐름을 인정하고 따를 때 비로소 진정한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오늘도 나는 물가로 향한다. 바람이 불어오고, 물결이 반짝이는 그곳에서, 낚싯대를 들고 조용히 기다린다. 붕어가 오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기다림 속에서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사실이니까. 세월을 낚고, 인생을 배우며, 그렇게 나는 오늘도 물가에서 작은 행복을 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