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기도 전, 나는 이미 물가에 도착해 있었다. 숨소리조차 얇아지는 이른 시간, 하늘과 땅의 경계는 아직 풀리지 않은 꿈처럼 흐릿했고, 물안개는 수면 위로 조용히 피어올라 나를 천천히 감싸기 시작했다. 낚싯대를 펴는 손이 유난히 조심스러웠던 건, 이 아침이 너무나 정숙해서 작은 움직임 하나도 결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바람도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간, 나는 이 고요함을 온몸으로 들이마시며 한 줄기 침묵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고 나니 나 자신이 더욱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낚시는 물고기를 낚기 위한 행위이지만, 이토록 이른 아침에, 이토록 조용한 시간에, 나는 고요 그 자체를 낚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것은 그저 있었고, 나는 그 모든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존재 자체를 다시금 확인받고 있었다.
물안개는 점점 짙어져 찌가 있는 방향조차 희미해졌다. 하지만 그 모호함은 오히려 나를 안정시켰다. 확실한 것은 너무 때로는 냉혹해서, 때로는 이런 불분명함 속에 있는 편이 더 평온할 수 있었다. 낚싯대 끝에 시선을 두고 있지만, 시야는 안개 너머로 미끄러지고, 마음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떠다녔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낚시터를 다녔지만, 이렇게 모든 소리가 멈춘 적은 없었다. 고요하다는 말조차 떠오르지 않는 이 아침은, 마치 세상과 나 사이에 놓인 얇은 유리창 같았다. 나는 그 유리를 손끝으로 더듬으며 조심스럽게 마음속 감정을 더듬어본다. 아직 채 용서하지 못한 사람,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인연,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들. 낚시는 어쩌면, 내가 손끝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싶은 것들을 기억하는 의식일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의 물안개는 모든 것을 감추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게 만든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그 안개 아래엔 얼마나 많은 감정이 흐르고 있는지, 누구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낚싯대를 들고 멍하니 앉아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내가 그 감정들을 꺼내어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틈이다. 도시에서는 감정도 속도에 휩쓸리고, 관계도 효율에 의해 판단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것들이 모두 벗겨지고, 오직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만이 허용된다. 침묵 속에서 나는 나를 더 잘 듣게 된다. 마음속 깊은 울림이 천천히 퍼지며, 지나온 길을 반추하게 하고, 앞으로의 길에 작은 불빛을 비춘다.
시간이 흐르며 물안개는 조금씩 옅어졌고, 수면 위로 어렴풋이 찌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낚시의 결과보다 이 시간의 감각에 더 몰두해 있었다. 마치 스스로가 물속의 찌처럼, 어딘가에 떠 있고, 또 가라앉고, 한없이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찌가 움직이지 않는 그 지루함 속에서 나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오래전 떠나간 이의 목소리일 수도 있고, 혹은 아직 말로 하지 못한 내 마음속 진심일 수도 있다. 낚시는 그 모든 소리를 품고 있다.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그러나 결코 무심하지 않게.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첫 입질이 왔지만 나는 낚싯대를 들어올리지 않았다. 오늘은 손에 잡는 무엇보다 손에 닿지 않는 무언가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낚시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었고, 그 고요함 속에서 나 자신에게 더 가까워졌다. 아마도 그게 이 아침의 진짜 선물일 것이다. 손에 쥔 것은 없지만 마음은 무언가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충만함에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안개는 여전히 물 위에 남아 있었고, 나는 그 너머로 천천히 사라지는 나의 흔적을 지켜보았다. 말 없는 아침, 말 없는 낚시터, 그리고 말 없이 스며드는 기억들. 오늘의 낚시는 어떤 기록보다도 깊은, 내면의 일기처럼 나에게 남았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다시 세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뗐다. 여전히 말 한마디 없었지만, 마음엔 천천히 정리된 문장들이 쌓여 있었고, 그 문장들은 아마 앞으로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물안개는 이제 거의 걷혀 있었지만, 내 안엔 여전히 그 차가운 아름다움이 머물러 있었고, 나는 그 침묵의 선물을 안고 낚시터를 떠났다. 낚시는 오늘도 말없이 나를 다독였고, 말없이 나를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