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긴 침묵이 끝나고 봄바람이 부는 계절이 다가오면, 낚시꾼들의 심장도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붕어낚시는 봄철에 가장 활기를 띤다. 겨울 동안 얕은 수심의 움직임을 자제했던 붕어들이 수온 상승에 따라 점차 움직이기 시작하고, 특히 4월 중순에서 5월 초 사이에는 본격적인 산란기를 맞이하면서 낚시인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시기 붕어낚시는 단순한 '붕어의 활발한 움직임'에 기대어서는 결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산란기 붕어는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패턴과 반응을 보이며, 그에 맞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봄철 붕어낚시의 핵심은 ‘산란 행동의 이해’다. 붕어는 일정한 수온 조건이 충족될 때 산란을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수온이 15도에서 20도 사이에 도달하면 산란을 감행하며, 얕은 수초대나 부드러운 흙바닥이 있는 곳을 산란 장소로 선택한다. 이 시기에는 평소 깊은 수심에서 머물던 붕어들이 전부 수면 가까이로 몰려들기 때문에 ‘포인트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낚시인은 먼저, 붕어가 산란을 준비하거나 산란을 막 끝낸 상태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산란 전 붕어는 몸집이 통통하며 복부가 단단하고 무게감이 있다. 이 시기에는 먹이활동이 왕성해져, 곡물 미끼나 어분 미끼에도 과감히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산란 직후의 붕어는 힘이 빠지고 입질이 약하며,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다. 따라서 같은 봄철이라도 시기적 구분에 따른 공략 전략이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산란 전 붕어를 공략할 때는 비교적 공격적인 낚시가 가능하다. 넓은 포인트에 분포된 개체들을 빠르게 찾아야 하므로, 활성도 높은 찌 세팅과 비교적 무거운 봉돌을 이용한 채비가 유리하다. 특히 해가 떠오르는 오전 시간대, 햇볕이 드는 수초 가장자리에서의 짧은 시간 동안 활발한 입질이 들어온다. 이때는 곡물 계열 미끼나 글루텐, 심지어는 옥수수도 좋은 반응을 보인다. 산란 직후는 오히려 붕어낚시가 어려운 시기다. 체력 소모로 인해 먹이 반응이 둔하고, 이 시기에는 흔히 ‘찌는 잘 오르는데 챔질하면 헛챔질’이 발생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이러한 붕어의 상태는 ‘건드리기만 하는 입질’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때는 채비의 예민도 조정이 핵심이다. 찌맞춤은 최대한 가볍게, 찌톱은 얇은 형광색으로 하여 미세한 입질을 포착해야 하며, 미끼도 크고 자극적인 것보다는 부드럽고 냄새가 약한 미끼가 더 효과적이다.
포인트 선정도 붕어의 산란 여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산란 직전에는 수초대 주변, 갈대밭 입구, 연안에서 깊이 1m 미만의 얕은 구간이 중심이 되며, 산란 이후에는 비교적 깊은 수심으로 붕어가 빠지게 된다. 따라서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수온과 수초의 변화에 따라 붕어의 분포가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낚시 포인트를 고를 때는 단순히 ‘예전에 잘 나왔던 자리’보다는 그날그날의 수온, 수초 상태, 일조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해야 한다. 또한 봄철은 일교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하루 중 붕어의 활성이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른 아침에는 차가운 공기와 낮은 수온으로 붕어의 반응이 없다가도,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갑작스럽게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기온은 높지만 찬 바람이 불어 수온이 급락하면 붕어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바닥에 웅크리게 된다. 이런 날은 낚시를 포기하거나 최소한의 기대치를 가지는 것이 좋다.
봄철 붕어낚시는 마치 유리구슬 위를 걷는 것처럼 섬세한 전략과 환경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요구한다. 찌의 움직임 하나, 바람의 방향 하나, 햇빛의 강도까지 모두 낚시에 영향을 미친다. 실전에서 고수들이 수시로 찌의 감도와 미끼를 조절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다. 붕어가 있는 곳에 채비를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붕어가 어떤 상태인지, 입질을 할 의지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결국 봄철 붕어낚시의 성공은, ‘붕어가 산란을 준비 중인지, 산란 중인지, 혹은 끝났는지’를 어떻게 판단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얼마나 신속히 전개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끼 하나, 찌 하나, 채비의 무게 하나까지도 이 흐름 속에서 조율되어야 하며, 이 모든 판단은 경험이라는 이름의 데이터와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에서 비롯된다. 산란기의 붕어는 말이 없다. 그러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메시지다. 그 침묵을 해석할 줄 아는 낚시인만이, 진정한 봄의 붕어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