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내 마음 한쪽에 붕어라는 존재가 깊게 자리 잡은 것은. 어린 시절 처음 잡았던 손바닥만 한 붕어의 미세한 떨림을 손끝으로 느꼈을 때였을까, 아니면 잔잔한 호숫가에서 한없이 찌를 바라보며 시간을 잊었던 어느 여름날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붕어는 내 삶의 한 조각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그 세계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붕어낚시는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시간을, 기다림과 인내를, 그리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찌 하나를 세우는 데에도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한다. 바람의 방향, 수면의 움직임, 수초의 그림자, 물속의 흐름까지 세심하게 읽어야 하고, 그 작은 신호들 속에서 붕어의 존재를 느껴야 한다. 때로는 짙은 아침 안개 속에서, 때로는 찬바람 부는 가을 오후에, 붕어를 만나기 위한 시간은 늘 조용하고 길다. 그래서 붕어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어느 정도는 시인이고 철학자가 되어간다. 붕어란 단순히 미끼를 던진다고 잡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늘 경계하고 의심하고, 때로는 느긋하게 때로는 민첩하게 움직이며 우리를 시험한다. 입질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소음을 삼가고, 물가의 냄새와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자연 속 작은 조각이 되어야 한다. 붕어는 그런 인간의 변화를,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느끼고 받아들인다.
낚시터에 도착해 서둘러 채비를 던지는 대신, 나는 언제나 먼저 주변을 걷는다. 물가의 표정을 살피고, 물속 수초의 상태를 관찰하고, 물새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자연과 한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찌를 세운다. 그러면 붕어도 언젠가 나를 알아보고, 천천히 다가와준다. 어떤 날은 짧은 순간에 연달아 입질을 받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찌 하나 미동도 없이 바라보다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붕어낚시는 결코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입질이 없는 날에도 나는 풍성한 것을 얻는다. 그날의 하늘, 그날의 물빛, 그날의 바람, 그리고 그 속에 고요히 스며든 내 마음까지도 모두 소중한 수확이다. 붕어는 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서두르느냐고, 왜 조급해하느냐고, 왜 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낙담하느냐고. 붕어낚시는 그런 질문에 답하는 긴 수행과 같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낚이는 순간이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의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붕어를 만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뛰어난 테크닉도, 비싼 장비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겸손이다. 자연 앞에서, 그리고 생명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귀를 기울이는 겸손한 마음. 그런 마음으로 낚시대를 들 때, 비로소 물속 붕어와 작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나는 종종 묻곤 한다. 왜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도 겨우 한두 마리 붕어를 잡는 일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쏟는가. 그러나 그 질문에 답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나는 결국 웃게 된다. 붕어낚시란 어쩌면 잡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그리고 기다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붕어는 나를 시험하고, 나를 비추고, 나를 성장시킨다. 붕어낚시의 세계에는 끝이 없다. 계절이 바뀌고, 장소가 바뀌고, 나의 기술이 늘어나도, 늘 새로운 도전과 배움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호수에서는 수초의 밀도와 싸워야 하고, 어떤 강에서는 흐르는 물살을 견뎌야 하며, 어떤 저수지에서는 맑은 물의 경계심 강한 붕어를 상대해야 한다. 그 모든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 기다림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이다. 가끔은 붕어를 전혀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런 날일수록 마음은 더 가벼워진다. 붕어를 못 잡은 아쉬움보다, 자연 속에 오래 머물렀다는 충만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낚시터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 낚시터의 공기, 들려오는 물새 소리, 저녁 무렵의 짙은 색깔까지도 모두 내게는 소중한 기억이 된다. 그래서 나는 붕어낚시를 멈출 수 없다. 한 번 발을 들이면 평생을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이 매력, 이 끝없는 세계는, 아마도 평생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붕어란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다. 그들은 자연 그 자체이며, 기다림과 겸손의 상징이며, 인생을 닮은 존재다. 붕어낚시를 한다는 것은 붕어를 잡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듬고, 자연을 배우고, 삶을 음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낚시대를 메고 물가를 향한다.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붕어를 향해 다가가는 이 마음,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이 순간, 그리고 그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게 되는 그 조용한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