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나는 낚시를 단순한 취미로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찌 하나를 바라보며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붕어 한 마리를 손에 올리는 기쁨이 쌓일수록, 내 마음속에는 또 다른 목소리가 자라났다. '나는 자연 속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낚시는 자연을 무대로 하는 취미다. 그런데, 우리는 이 자연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빌리면서도 때로는 무심했다. 저수지에 흩어진 폐라인, 물가에 버려진 빈 미끼통, 담배꽁초. 언젠가부터 낚시터를 걸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붕어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붕어가 살아가는 터전을 함께 아끼고 지켜야, 비로소 진짜 낚시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작은 것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쓰레기를 절대 남기지 않는 것. 낚시를 떠날 때, 낚시용품 외에도 항상 검정색 대형 봉투를 챙긴다. 내가 머문 자리는 물론, 주변에 흩어진 쓰레기도 함께 수거한다. 처음에는 '내 것이 아닌데 왜 치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레 손이 갔다. 깨끗해진 물가를 돌아보며 느끼는 뿌듯함은, 대어를 낚았을 때와는 또 다른 깊은 기쁨이었다.
두 번째는 생명에 대한 배려다. 낚시는 어쩔 수 없이 생명과 마주하는 취미다. 붕어를 낚아올리면서도, 늘 그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용한 바늘은 항상 미늘 없는 것으로 바꿨다. 미늘 없는 바늘은 훨씬 쉽게 빠져나가 붕어의 상처를 줄여준다. 손질도 신속하게, 물수건을 항상 준비해 붕어의 보호막을 지켜준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도 최대한 빠르게, 붕어를 오래 공기 중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가끔은 낚시인들끼리 경쟁이 붙어 붕어를 무리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붕어를 사랑한다면, 그들의 몸과 생명 또한 존중해야 한다.
세 번째는 친환경 소재의 사용이다. 요즘 시중에는 생분해성 미끼통이나 천연 소재로 만든 밑밥 바구니가 많다. 플라스틱 통 하나라도 덜 쓰자는 마음으로, 나는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했다. 또한 밑밥을 사용할 때는 물가에 직접 던지기보다는 바구니에 담아 최소한으로 조심스럽게 투척한다. 과도한 밑밥 살포는 수질 오염을 부른다. 한두 번은 별 티가 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수지 전체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네 번째는 차량 이동과 캠핑 습관이다. 나는 차를 몰고 낚시터에 갈 때도 항상 조심한다. 물가 가까이까지 차를 몰고 가는 대신, 가능한 한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간다. 가까이 대는 편리함보다는 자연을 보호하는 불편함을 택하는 것이다. 또 밤낚시를 할 때는 캠프파이어나 화롯대 사용을 지양한다. 작은 불씨 하나가 얼마나 쉽게 숲을 삼킬 수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조용히 랜턴 불빛 하나만 켜고, 자연 속 어둠과 함께하는 밤. 그런 시간이야말로 더 깊고 진한 추억이 된다.
나는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 언젠가는 붕어들도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람이 많아진 저수지, 달라진 환경 속에서도, 작은 소류지 하나라도 건강하게 남길 수 있다면. 그곳에서 아이들도 붕어를 만나고, 자연을 배우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낚시터를 거닐다 보면 가끔 아주 오래된 나무를 만난다. 수십 년, 어쩌면 백 년 가까이 그 자리에 서 있었을 나무. 그 나무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한다. '나도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 낚시는 순간의 즐거움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삶의 자세가 담겨 있고,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녹아 있다. 나는 붕어를 사랑한다. 그리고 붕어가 살아가는 자연을, 이 물가를, 이 푸른 하늘과 바람을 사랑한다. 그래서 오늘도 작은 검정 봉투 하나를 가방에 챙긴다. 내가 낚는 것은 단지 붕어 한 마리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작은 희망이다. 가끔 누군가 내게 묻는다. "낚시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요?" 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세상이 바뀌진 않을지 몰라도, 내 세상은 분명 달라졌어요." 자연과 동행하는 낚시.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낚시꾼으로서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다. 오늘도 나는 조심스레 물가에 발을 디딘다. 나뭇잎 하나 밟지 않으려, 붕어 한 마리 놀라게 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찌가 올라올 때, 속삭인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너와 이 자연이 있어 나는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