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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기다린 찌올림 – 붕어낚시의 인내와 기쁨

by 남반장 2025. 4. 29.

낚시란 기다림의 예술이다. 그 중에서도 붕어낚시는 유난히도 긴 기다림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찌올림은, 그 어떤 순간보다 찬란하다. 오늘도 나는 이른 아침부터 저수지로 향했다.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들녘에는 안개가 살짝 걸려 있다. 하루 종일 낚싯대를 지키고 앉아 있을 마음의 준비는 이미 끝냈다. 차 안에는 간단한 먹거리와 따뜻한 커피, 그리고 긴 시간을 견디게 해 줄 작은 담요 하나가 준비되어 있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세상은 아직 조용하다. 물가에는 얕은 안개가 떠 있고, 주변은 새벽 냄새로 가득 차 있다.

낚시로-잡은-붕어-사진


땅을 밟는 소리조차 조심스럽게, 나는 천천히 자리 잡는다. 낚싯대를 펼치고, 채비를 던진다. 찌가 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 잠시 퍼지는 작은 파문. 그리고 다시 고요. 바로 이 순간, 하루가 시작된다. 처음 몇 시간 동안은 늘 그렇듯 설레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찌는 물 위에 가만히 떠 있고, 주변의 자연은 조용히 하루를 열어간다. 가끔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수면을 흔들고, 햇살은 점점 강해지며 내 등을 데운다. 시간이 흐른다. 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전이 지나고, 커피 한 잔을 비운다. 마음은 여전히 평온하다. 붕어낚시는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이 기다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가끔은 작은 움직임에 심장이 쿵 하고 뛴다. 찌가 미세하게 흔들릴 때, 그 순간이 정말 붕어 때문일까, 아니면 수면을 스치는 바람 때문일까? 한참을 바라본다. 그러나 곧 다시 고요. 기다림은 계속된다.

 

점심 무렵, 가벼운 도시락을 꺼내어 먹는다. 숟가락을 들고도 한눈은 항상 찌를 향해 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내 시선은 한시도 찌를 놓지 못한다. 한나절을 보내고 나면, 몸은 조금씩 피곤해진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지만 이 모든 불편함이 ‘손맛’이라는 단 하나의 보상 앞에서는 하찮은 것이 된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오늘은 안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붕어 낚시꾼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 기다림 속에 언젠가는 찾아올 그 한 순간을 알기에. 오후의 해가 길게 늘어질 무렵, 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수면 위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찌가 작은 파도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작은 파동 속에서, 찌가 아주 다르게 움직인다. 처음에는 미세한 떨림. 다시 찬찬히 깔짝이는 움직임. 손끝에 힘을 담고 기다린다.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 찌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솟아오른다. 깊고 부드럽게, 마치 수면을 가르듯. 나는 숨을 삼키고 낚싯대를 든다. 챔질. 훅 하고 끌려오는 힘. 손끝으로 전해지는 강렬한 떨림에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하루를 견뎠다. 낚싯대가 휘고, 줄이 팽팽하게 긴장한다. 물속 저편에서 붕어가 온 힘을 다해 저항한다. 나는 침착하게 릴링을 하고, 조심스럽게 녀석을 끌어낸다. 물살을 가르며 떠오르는 붕어의 실루엣. 비늘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그 모습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붕어를 손에 쥐었을 때, 가슴속에서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긴 기다림 끝에 만난 작은 생명. 이 작은 생명이 나를 찾아와주었다는 사실에 고맙고, 기특하고, 왠지 모르게 울컥한다. 손맛은 단순한 쾌감이 아니다. 그건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며, 자연이 내게 보내준 작은 선물이다. 붕어를 살림망에 담고 자리에 앉아본다. 바람이 살짝 분다. 풀벌레 소리가 잦아들고, 햇살은 점점 누렇게 물든다. 나는 다시 찌를 바라본다. 오늘 하루 종일 지켜봤던 그 찌. 오후 늦게야 겨우 솟아올랐지만, 그 순간 하나로 오늘 하루는 충분했다. 붕어 낚시는 늘 그렇다. 많은 붕어를 잡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마리라도 온전히, 깊이 느끼고, 마음을 담아 만나는 것. 그 한 마리가, 기다림의 의미를 가르쳐준다. 나는 오늘도 배운다. 참을성, 겸손,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저녁이 오고, 서서히 장비를 정리한다. 저수지는 다시 조용해지고,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긴다. 하루 종일 기다렸던 찌올림. 그 하나의 순간이, 내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낚시를 떠날 것이다. 언제나처럼 긴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고, 그 조용하고 고요한 기쁨을 다시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