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텐트를 치고, 낚싯대를 드리운다. 도시의 소음이 멀어지고, 귀를 기울이면 오로지 자연의 숨소리만 들린다. 하룻밤을 강가에서 보내는 낚시는 단순한 어획 활동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는 작은 의식이다. 언제나 그렇듯, 떠나기 전에는 세심하게 준비한다. 강바람은 저수지의 바람보다 매섭다. 밤이 깊어지면 기온은 뚝 떨어지고, 모래먼지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따뜻한 침낭, 견고한 텐트, 그리고 비바람을 막아줄 타프까지 챙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오늘 반드시 큰 붕어를 잡겠다’는 조급함은 내려놓는다. 대신, 오늘 이 자리에서 자연과 시간을 나눈다는 느긋한 자세를 가슴에 새긴다.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할 무렵, 강가는 황금빛으로 물든다. 물살은 잔잔하다가도 어디선가 불어오는 저녁 바람에 흔들리고, 그 사이로 물고기들이 가끔 물 위를 튀어 오른다. 포인트를 정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이 부드럽게 휘도는 지점, 잔잔한 여울 끝자락에서 깊어지는 소. 붕어가 좋아할 만한 조건이다. 낚싯대를 펼치고, 찌를 세운다. 강물은 고요한 듯하지만 언제나 작은 흐름을 안고 있다. 찌는 가끔씩 미세하게 흔들리지만 그 또한 강이라는 살아 있는 유기체의 자연스러운 호흡이다.
밤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달은 강 위에 흐릿하게 모습을 비추고, 별빛이 바람에 흔들린다. 모닥불을 피우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가끔씩 찌를 바라보다, 가끔씩 모닥불을 바라보다, 또 가끔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그저 강물 소리를 듣는다. 밤낚시는 인내다. 그리고 기다림이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결코 무료하지 않다. 강가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분 단위로 쪼개지는 도시의 시간과는 달리 강의 시간은 느긋하고 깊다. 찌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다시 조용해진다. 입질이다. 하지만 강에서는 급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 붕어는 경계심이 많고, 특히 밤에는 작은 진동에도 민감하다. 가만히 기다린다. 찌가 다시 살짝 가라앉았다가 조금씩 옆으로 이동한다. 그때, 천천히 챔질. 손끝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느낌. 강붕어는 저수지 붕어보다 훨씬 힘이 좋다. 물을 거슬러 살아남은 생명은 그만큼 강인하다. 릴을 천천히 감으며 붕어를 끌어낸다. 그리고 손에 쥔 순간, 진득한 강바람 사이로 붕어의 비늘이 별빛을 받아 반짝인다. 작은 승리지만,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 후로도 긴 밤 동안 몇 번의 입질이 있었다. 때로는 허탕을 치기도 했지만, 그조차도 서운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물고기의 크기나 수가 아니라, 이 하룻밤 동안 자연과 어떤 시간을 나누었느냐 하는 것이다. 모닥불이 점점 꺼져간다. 밤도 깊고, 강물도 한층 어두워졌다. 강 건너편에서는 어딘가 사슴이 울고, 머리 위로 부엉이의 울음이 가끔 들린다. 나는 침낭 안에 몸을 누이고 텐트 위로 떨어지는 이슬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참 잘 왔다'는 것이다. 강은 변함없이 흐르고, 나는 그 강가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다. 하룻밤 강변 낚시는 나에게 붕어와 자연을 넘어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해주는 시간이다. 아침이 밝아올 때, 강물은 또 다른 색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그곳에 고요히 서 있을 것이다. 낚싯대를 들고, 강바람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