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유속 속에 사라지는 내 마음의 조각들
물은 언제나 흐른다. 산골짜기의 실개천도, 들판을 가로지르는 강도, 바위를 넘나들며 비명을 지르는 계곡도, 그리고 그 어느 날 내가 찾았던 강가의 저 흐름도, 모두 멈추지 않고 흘렀다. 나는 그런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일이 좋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마음의 언저리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고, 낚싯대를 드리운 채 멍하니 물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복잡했던 생각도 떠내려가 버렸다. 흐르는 물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생각이 들키고 감정이 드러난다. 물은 그것을 다 알아차리는 듯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나를 씻어낸다. 그러니 낚시는 늘 그 흐름 앞에 자신을 맡기는 행위였다. 미끼를 던지는 것도, 찌를 지켜보는 것도, 결국은 흐름 속에 자신을 내어주는 일. 내가 어디로 흘러갈지, 무엇과 부딪칠지..
2025.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