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퍼붓던 비가 그친 새벽, 낚싯대를 들며 생각한 것들
밤새 비가 쏟아졌다. 지붕을 두드리던 물소리가 잠을 덜컥 깨워버릴 정도로 무심하게 이어졌고, 창문을 타고 내리는 빗줄기들은 마치 쏟아지는 기억처럼, 지워지지 않고 스며들었다. 누운 채로 천장을 보며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잠이 들지 않았고, 그 어떤 감정도 달래지지 않았다. 오래된 사진첩처럼, 한 장 한 장 넘기며 조용히 바라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밤, 나는 문득 낚시가 생각났다. 그것은 도피였고, 회피였으며 동시에 치유였다. 누군가는 책을 펴고, 누군가는 기타를 들지만, 나는 낚싯대를 고른다. 이유를 말하라면 설명할 수 없지만, 그 끝자락 어딘가에 내가 필요로 했던 시간이 있다는 걸 알기에 그렇게 해왔다. 비가 그치고 난 새벽,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길은 젖어 있었고, 바람..
2025.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