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전체 글94

겨울 새벽 강가에서(얼어붙은 물 위를 걷는 마음) 하얗게 얼어붙은 강 위로 겨울 해가 막 떠오르려는 시간이었다. 어둠과 빛 사이, 무채색의 시간 속에서 나는 홀로 강가로 향했다. 발밑으로 밟히는 눈 소리는 유난히 또렷했고, 호흡 사이로 흩어지는 김은 바람 속에서 금세 사라졌다. 낚싯대를 메고 얼음판 위로 나설 때마다, 나는 내가 걷는 이 길이 어느 순간부터 단순히 낚시를 향한 발걸음이 아니라, 내 안의 무언가를 다시 꺼내려는 여정이라는 것을 느꼈다. 얼음은 두껍고 단단했지만 그 위를 걷는 마음은 늘 조심스러웠다. 마치 지나간 기억 위를 걷는 것처럼. 무게를 실으면 꺼질까 두려운 기억들이 얼음 아래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고, 나는 그 위에 몸을 내려앉혀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은 찬 공기 속을 가르며 얼굴을 스쳤고, 나는 그 바람 속에서 오랫동안.. 2025. 9. 20.
낚시터에 떨어진 별 하나(고요 속의 소망) 별이 진다는 건, 어둠이 조금 더 깊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 비로소 잘 보이는 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내 마음일 것이다. 낚시터에 나서는 길은 늘 어둡고 고요했다. 도시의 소음이 닿지 않는 외진 저수지 언저리에서 나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텐트를 세우고, 자리를 고르고, 찌를 띄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날은 하늘이 유난히 투명했고, 별이 하나 둘 떠올라 물 위로 제 빛을 내렸다. 그 가운데, 어떤 별 하나가 길게 궤적을 그리며 하늘에서 떨어졌다. 찰나의 순간, 나는 그 별이 물 위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내가 앉은 낚시터 한가운데, 고요하고 어두운 그 수면 위에 떨어진 것처럼. 그 순간을 오래도록 눈에 담으며 나는 처음으로 소망을 빌었다. 붕어가 낚이기를 바라는 기도가 아니.. 2025. 9. 13.
붕어 입질의 변화와 찌맞춤의 상관관계 ‘입질을 읽는 눈’과 ‘찌의 해석력’을 키워라. 붕어낚시의 핵심은 찌다. 찌가 낚시꾼에게 전달하는 정보는 단순한 ‘입질 여부’를 넘어, 붕어의 상태, 활성도, 먹이 습성, 수심층 변화까지 암시하는 데이터다. 그렇기 때문에 찌맞춤은 단순히 찌를 세우기 위한 기술이 아닌, ‘붕어의 언어를 번역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특히 붕어의 입질이 예민하게 바뀌거나 활성도가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환경에서는 찌맞춤이 조과를 좌우한다. 이 글에서는 붕어 입질 형태의 다양한 변화 요인과 이에 따른 찌맞춤 대응법을 심도 깊게 다뤄보고자 한다.1. 붕어의 입질이 변화하는 이유붕어의 입질 형태는 결코 고정적이지 않다.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그 강도, 방식, 지속 시간 등이 달라진다. 이 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것이 상급자의 .. 2025. 9. 13.
밤새 퍼붓던 비가 그친 새벽, 낚싯대를 들며 생각한 것들 밤새 비가 쏟아졌다. 지붕을 두드리던 물소리가 잠을 덜컥 깨워버릴 정도로 무심하게 이어졌고, 창문을 타고 내리는 빗줄기들은 마치 쏟아지는 기억처럼, 지워지지 않고 스며들었다. 누운 채로 천장을 보며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잠이 들지 않았고, 그 어떤 감정도 달래지지 않았다. 오래된 사진첩처럼, 한 장 한 장 넘기며 조용히 바라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밤, 나는 문득 낚시가 생각났다. 그것은 도피였고, 회피였으며 동시에 치유였다. 누군가는 책을 펴고, 누군가는 기타를 들지만, 나는 낚싯대를 고른다. 이유를 말하라면 설명할 수 없지만, 그 끝자락 어딘가에 내가 필요로 했던 시간이 있다는 걸 알기에 그렇게 해왔다. 비가 그치고 난 새벽,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길은 젖어 있었고, 바람.. 2025. 9. 7.
반응형